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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Statement

Jun Jinpyo · 2025 · Artist’s Note

한국어

1. 여러 겹으로 늘어선 그림들과 그 사이를 걷는 시선이 있다. 높고 낮은 그림들의 앞과 뒤는 이따금씩 연결되는 듯 하나로 붙었다가도 이내 흩어진다. 하나로 포착되지도, 한 장면으로 파악되지도 않는 그림들의 장면은 제각각 움직인다. 다른 방향으로 흘러 어긋난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2. 이 작업은 회화에서 시작하지만, 회화에 머물지 않는다. 포개어지듯 겹쳐지고, 띄엄띄엄 늘어선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분절과 반복의 성긴 흐름은 제 모습을 주장하지 않고, 시선을 떨구어 낸다. 회화는 더 이상 하나의 장면이 아닌, 감각되는 산발적 사건이 된다. 사이를 걷는 틈에서, 걸음의 반경을 확인하는 눈의 움직임에서 마주하지 않은 그림을, 가끔은 옆면을, 뒷면을 보게 된다. 겹과 틈을 다니는 사이에서 비로소, 눈은 회화를 감각한다. 3. 각각의 그림들은 특정한 장면을 제시하지 않는다. 차라리 스치거나 훑었을 장면의 잔상, 다른 장면에 스미어 편입되었을 무언가에 가깝다. 무르고 일시적이며, 발견되었다가도 사라지는 것, 그것은 고정되지 않는 감각의 편린이며, 비약적이고 불연속적인 사건이다. 함께이면서도 따로이, 곁에서-사이에서-무리 속에서, 안과 밖-내부와 외부에서, 전과 후-아래와 위에서, 뒤에서-앞서서, 건너-따라-둘레를 돌아, 같이-없이, 아무 데도-어딘가-모든 곳에, 여기에서-저기까지 펼쳐지는 사건들. 떠오르고-흘러가고-미끄러지는, 깜빡이며-흐릿하게 번지는, 부서지고-갈라지고-엇갈리는, 펼쳐지고-되풀이되며-잠겨드는 사건들. 맴돌아-흔적을 남기고-스며드는, 없어진 듯-사라졌다가-다시 나타나는, 부풀고-흐르고-스미는, 합쳐졌다가도 이내 부서지는, 떠오르고-이어지는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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