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Statement
언어나 사물, 현상, 세계 어디에도 고정된 의미나 형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의 미묘한 차이와 흐름들이, 명백한 간섭과 충돌이 이들의 계속되는 변화를 만들어 낸다. 나는 이 변화를 감각하는 일, 생동하는 세계를 보는 일을 주목한다. 세계의 어느 한 단면 또는 표피 너머 무한한 가변성을 마주하는 일. 마주한 것을 인지의 세계 어느 한 곳에 침잠하도록 두지 않는 일. 내 눈은 애써 판단을 유예하고, 지체의 겨를 없이 계속해 움직임으로 세계를 관찰한다. 그러므로 작품은 소실되는 원근과 구도, 연역해 내면화한 세계를 대신하는 파편들로 가득하다. 멈춰 서지 않는 움직임, 세계를 닮아 ‘배회하고 복제하며’, ‘충돌하고 간섭하며’, ‘참조하고 변형하는’ 눈의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조각들. 이것은 세계를 말하는 새로운 단어, 새로운 문장과 문단 구성의 재료로서의 음가(音價)에 가깝다. 소실되지 않으므로, 그것은 그 자체로서 견고한 기호이며, 하나의 음절 어쩌면 그보다 하나의 소리, 성(聲)이다. 파편은 그 자체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혹은 기존의 것들로부터 해체되었으며), 따라서 아직 정착하지 않았거나 정착하지 못한 무한한 가능성이며, 이로 인한 다양한 운동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파편들은, 유동한다. 오래도록 굳어 온 질서가 꿈꾸는 세계에 대응하는 파편들. 나는 ‘멈추지 않는 눈’이 옮겨 적는 유동하는 파편의 장으로서의 작품이, 고정성(固定性)에 대립하여 회화의 본질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고착 상태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본질-무한히 가변적이며 자유로운 눈의 사유에 천착해 그 가능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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